혼자하는 망상2009. 3. 20. 09:38

2시간 가까이 걸리는 통학을 지하철로 하다보면
참 여러 풍경을 만나게 된다.

시끄럽고, 떠들썩하고, 눈살 찌푸리게 되는 풍경이야
사실 아침보다 귀가길 무렵의 지하철에서 더 자주 눈에 띈다.
(술취해 고성방가하고, 주먹질하는 아저씨, 벌렁 누워버린 미니스커트 입은 언니..)

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하철에서 불쾌했던 경험? 하면
아침지하철을 먼저 연상하게 되는 건,
잠이 덜 깨면 유리조각보다 더 날카로워지는 신경 때문인 듯 하다.




종점에서 타고오기 때문에 서서가는 일이 드물어
만난 적은 극히 손에 꼽을 만큼이지만 이따금 하루를 최악으로 시작하게 해 주는 치한 아찌.
(진짜 헷갈린다. 이게 사람이 많아서 뒤로 붙는건지 아니면...)


음악 듣는 건 좋다만 볼륨을 있는대로 키워놔서
졸지에 타인의 음악취향을 이해하게 해 주는 일이라던가
(의외로 상당히 흔하다. 볼륨 줄여달라고 말하기도 뭐한게 그러고 자고 있어!
이냔아 잠이 오냐? 엉? 남 잠은 다 깨워놓고? 어이구 이냔이 내 잠 다 처먹네ㅠㅠㅠㅠ 어이구 속상해)


뉴라이트 정모라도 다녀오셨는지 아침부터 기운좋게
"이 나라가 말이야...!" 하면서 목청 높이고 계시는 할아버지.
(모르는척 이어폰 꽂으면 해결될 일이나, 가끔 말을 걸어오시는 경우에는 오 쉣)


DMB 방송을 보시는데 이어폰이 없어....
아줌마, 아침드라마는 보고 싶지 않아요! 듣고싶지도 않아요!
절 위한 배려라면 그만두고 당장 이어폰을 꽂으세요! 하는 시츄라던가,


뭐 이건 그럴 수도 있다만 유독 아침에는 짜증나는
여학생들의 발랄한 수다 & 아가들 찡얼대는 소리.
난 아가 안싫어해ㅠㅠㅠㅠㅠ 여학생도 안싫어해ㅠㅠㅠㅠㅠㅠ
근데 아침엔 제발 입좀 다물어줌 안될까ㅠㅠㅠㅠ 다들 자고 있잖아!!!!


뭐 그 외에도 따지고 보면 불쾌한 일이 한두건이겠냐마는
어차피 서울 사는 이상 지하철 안 탈 것도 아닌 이상에야
대나무밭에 소리치는 심정으로 가장 속상했던 것만 풀어놓고 나머진 스루스루해야지.


그리고 나는 혹시 이러고 있진 않나 생각하며
내일을 살아가야겠다.





(치한인 듯 하면서 치한이 아닌듯도 한 아저씨를 조우한 날이라 쓰게 된 글.
 3호선도 아니고 사람도 없는 7호선인데 왜 그렇게 바짝 붙으셨나요...라고 묻고 싶었지만
 따지기엔 감기 때문에 정신도 없었고 무엇보다 너무 애매했어)

Posted by 옥돌비